필수 아미노산 중 하나인 ‘분지아미노산(Branched-chain amino acids)’이 간 섬유화와 간암 발생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배시현(교신저자)·차정훈(제1저자) 교수팀은 16주 동안 간경화로 인해 간암이 발생한 동물모델에 분지아미노산을 투여한 후 항섬유화와 항암효과를 관찰했다.
연구결과, 일반단백질을 투여한 동물모델의 간암 무게는 2.6%에서 5.6%로 크게 증가한 반면 분지아미노산 투여군에서는 4.5%만 증가, 간암 발생을 억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분지아미노산을 투여한 군에서는 간섬유화 진행이 서서히 일어났으며(표1), 간암 종양의 개수가 줄어들어 간암 발생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표2).
배시현 교수팀은 일본에서 분지아미노산이 C형간염에 의한 간경화 환자와 비만 동물모델에서 간암의 발생을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나왔으나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만성 B형간염 동물모델에 분지아미노산을 투여해 항섬유화와 항암효과를 증명한 연구보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 간내 굳는 섬유조직(화살표로 표시한 파란 부위)이 일반 단백질(D)에 비해 분지아미노산 투여군(E, F)에서 감소했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 중 하나로 음식물을 통해 인체에 들어오면 근육을 비롯한 신체 구성성분을 만들거나 에너지로 전환해 사용한다. 분지아미노산은 근육단백질을 이루고 있는 필수 아미노산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운동을 할 때 골격근에서 분해돼 에너지원으로 이용된다. 간경화의 합병증인 간성뇌증(간 기능 장애가 있는 환자가 의식이 나빠지거나 행동이 변화하는 것)을 호전시키고, 영양 개선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배시현 교수는 “간경화에서 이미 손상된 간 조직을 정상으로 되돌릴 만한 치료제는 없지만 원인을 찾아 꾸준히 치료한다면, 간경화의 진행을 막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조직학적으로 악성으로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비정상적인 간세포의 결절성 병변인 이형성 결절과 간암의 숫자가 일반 단백질에 비해 분지아미노산 투여한 군(붉은색 원)에서 감소했다.
배 교수는 “분지아미노산이 간경화와 간암 진행과 발생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증명된 만큼 임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러스원(PLoS ONE) 11월호에 발표됐다.
국내에서 간암과 간경화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B형간염(70%)과 C형간염(15%)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간경화는 정상적인 간 조직이 반복되는 염증으로 굳은 살이 쌓이고, 더 심해지면 자갈모양의 재생결절로 진행되는 질환. 이렇게 되면 정상 간세포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알부민 감소·황달·복수 발생 등과 같은 간기능 저하 현상이 나타난다. 간경화로 생긴 재생결절의 일부가 발암성을 갖게 되면 크기가 커지면서 간암으로 진행된다. 통상 1.5㎝ 이상의 결절이 발견되면 간암의 가능성이 아주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